[건립위원회 소식][머니투데이] 폐지 할머니 웃게한 '노랑 리어카' 고마워요_남형도 기자

2025-05-15

허승무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인간공학팀장, 폐지 수집 노동자 12명 따라다니며 설계해 개발

수레 무게 26kg, 기존보다 절반 넘게 줄어, 허리 덜 숙이게 손잡이 열어두자 "너무 좋아"

"자원 재생 돕는 분명한 노동, 안전하게 만들 의무와 책임 있습니다"


폐지 수집하는 노동자들의 삶. 100kg이 넘는 리어카를 끌고, 좁은 골목을 누비던 노인들을 위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게 할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던 이들이 있었다. 밤길에 위험하지 않게 색깔까지 고민한 이 노랑 리어카는,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1년간 고민한 결과물이다./사진=녹색병원 제공


흔히 봤을 광경이었다. 좁은 골목을 누비며 머리 희끗한 어르신들이 폐지를 줍는 일 말이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쓰레기를 향해 다가가고. 허릴 몇 번이고 숙여 두툼한 상자를 해체하고 수레에 척척 싣고.

그런가보다, 하고 다들 스쳐 지나가기 쉬울 때 발걸음을 멈춘 이가 있었다.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폐지 줍는 할머니를 봤다. 넘어져 있었다. 수레가 턱에 걸려 쓰러진 거였다. 차들은 얼른 비키라 재촉했다. 그는 뭔가 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 뒤로 근골격계 질환을 무상으로 치료해주기 시작했다. 아파서 시름 하던 이들이 안심하고 병원에 왔다.  


누가 그리 자세히 바라봤을까. 이들이 폐지를 수집하기 위해 몇 번이나 허리를 숙이는지./사진=녹색병원 제공


그리고 손수레. 순수 무게만 57kg에, 폐지를 다 실으면 100kg도 훌쩍 넘는 손수레. 취약한 어르신들의 허릴 몇 번이고 휘게 하는 그 손수레도, 좀 바꿔볼 수 없을까 생각하던 이가 있었다.

이런 대목을 좋아한다. 손수레가 무거운 거지 뭐, 어쩌겠어. 그러기가 더 편하고 쉽지 않은가. 어르신들이 끄는 수레가 너무 무겁겠어, 뭔가 바꿔볼 수 있을까. 이 생각은 고귀하다. 왜냐하면 그러기 시작하면 고민이 많아지고 힘들어지기 때문에.

명함에 '인간 공학'이라 적힌 사람을 만났었다. 그게 뭔지 찾아보니, 도구나 기계를 사람의 신체적, 정신적 특성에 맞게 쓸 방법을 연구하는 거란다. 허승무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인간공학 팀장 얘기다. 그가 하는 일이 그랬다. 

그 전문성을 그는 폐지 어르신들을 위해 쓰기로 맘먹었다. 무게가 57kg이나 되는, 불친절한 손수레를 바꿔보기로.


끄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쌓인 폐지 리어카./사진=녹색병원 제공


폐지 수집 어르신들 노동이 어떤지 우선 알아야 했다. 녹색병원에 진료받으러 온 14명과 30분에서 1시간씩 인터뷰했단다.

"리어카 자체 무게가 50kg가 넘어요. 허리 힘으로 끌게 되지요. 박스 안의 쓰레기를 빼고, 치우고, 박스를 접고, 줍는 모든 과정에서 허릴 굽혀야지요. 허리랑 손목이 너무 아파요."(폐지 수집 어르신 A씨)

"부부가 함께해도 한 달에 30만원을 벌기 어려워요. 그리 벌어서 매일 반찬값, 병원비에 쓰고 있습니다. 허리가 가장 아프고, 다리도 아파요. 리어카가 가벼워진다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폐지 수집 어르신 B씨)


허승무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팀장은,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이들에게 필요한 게 뭘지 고민했다./사진=녹색병원 제공


그런 노동이었다. 일하는 현장까지 아예 따라다녔다. 12명의 어르신과 각각 폐지를 수집했다. 이를 영상으로 빼곡히 남겼다. 기록해 정밀하게 보기 위해서였다.

"어르신들이 '폐지 줍는 게 다 똑같지, 그걸 뭐 하러 찍어'라고 나무라셨지요. 봐야 했어요. 허리를 몇 번 굽히는지,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를요."

30도 이상 허릴 굽히는 게, 8시간 동안 평균 909.8번. 밀고 당기는 동작은 무려 226.8번. 평균 연령은 78.8세, 키는 155.8cm, 몸무게는 51.4kg.

아플 수밖에 없었다. 불안정한 자세로 오래 반복하여 힘을 썼으므로. 목이 아프다, 허리가 쑤신다, 무릎이 시리다. 그런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폐지 수집 어르신의 신체를 측정해, 적정한 손잡이 높이가 몇 cm인지 분석한 자료./사진=녹색병원 제공


신체 조건, 리어카 손잡이 높이와 밀고 당길 때 실리는 힘을 분석했다. 허승무 팀장이 말했다.

"리어카 손잡이를 20cm 정도 들어서 계속 끌어야 해요. 그럼 중량이 실려서 눌리거든요. 그걸 들고 가는 부담을 많이 호소하더라고요. 그걸 어떻게 수정할까, 그게 우선 과제였습니다."

분석해봤다. 리어카와 폐지를 합쳐 90kg이 넘으면 몸에 무리가 간단 걸 알아냈다. 잔뜩 쌓으면 전방 주시도 안 돼 위험하기도 했다. 리어카 무게를 줄였다. 튼튼한 철로 만들되 그물망 형태로 만들었다. 평균 57kg에 달하던 리어카 무게가 26kg까지 줄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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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폐지 할머니 웃게한 '노랑 리어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