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이야기]나의 주치 병원에서 '전태일'을 만나다 - 김태순님


김태순 님은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의 동원탄좌에서 약 7년, 다른 곳에서 9년을 더해 총 16년을 탄광에서 일하셨습니다. 서울로 올라온 지는 벌써 40년. 객지에서 자리 잡기까지 참 열심히 일하셨다고 합니다. 갈수록 생활은 익숙해졌지만 점점 늘어나는 가래와 가쁜 숨 때문에 병원을 찾으니 ‘진폐’라고 하였습니다. 처음엔 안산 쪽에 있는 병원을 다니다 면목동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에서 진료받은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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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그림을 보고 ‘떠나자’ 결심


“시골에서 살 때 어린 아들이 성당 유치부에 다녔어요. 주위가 탄광촌이니 아이들 놀만한 데가 없었죠. 하루는 신부님이 애들을 데리고 강가에서 그림그리기를 하며 놀아주셨어요. 그때 우리 아들이 종이 한가득 까맣게 칠을 하고 사람만 하얀 동그라미와 선으로 그려놨어요. 까만 바탕이 전부 강물이라는 건데 석탄물이 들어 검은 거죠. 아차, 싶더군요. 몇 년을 더 버티다 식구들 데리고 보따리 싸서 서울로 올라왔어요. 당시 광산에서 일하면 한 달에 150만 원을 벌었는데 서울 올라오니 한 달 벌이가 50만원이더군요. 돈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때가 아들이 초등학교 2~3학년 되던 때였다고 합니다.



애잔하게 남아있는 이름 ‘전태일’


전태일은 어떻게 아셨던 걸까요. “저희 때는 ‘전태일’에 대해 많이 들었죠. 제가 진료받으러 두 달에 한 번씩은 오는데, 병원에 걸린 전태일이라는 이름이 참 친숙합디다. 녹색병원에 기부한 사람들 이름이 진료실 올라가는 벽에 쭉 새겨진 걸 매번 보게 되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일하다 병이 든 김태순 님은 자신처럼 일하다 병이 든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치료하는 병원을 마음 깊이 담아두셨던 것 같습니다. 김태순 님,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추진위원으로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