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의료센터 건립 추진
“제때 치료 못 받는 사람 많아”
비용 190억 중 50억 시민 모금
기부하면 병원 벽에 이름 새겨

지난달 27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의료진이 재활치료를 하는 모습. 사진 녹색병원 제공
“돌아가시는 선배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노동자 전문 병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그런 병원이 생긴다고 하니 힘을 보태고 싶었어요.”
탄광 노동자로 16년을 살며 진폐증(폐에 석탄 가루가 쌓여 호흡곤란을 겪는 병)을 얻은 김태순(77)씨는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비용으로 올해부터 두달에 한번 20만원씩을 후원한다. 일하다 병든 몸 앞에서 느끼는 막막함, ‘돈 걱정’에 그마저 제대로 된 치료 없이 떠난 동료들 모습이 아른거린 때문이다. “녹색병원에 약 타러 가서 복도를 살살 걷는데 벽에 전태일 이름이랑 병원을 짓는다는 얘기가 쓰여 있더라고요. 그래 가지고 참 여러 생각도 나고 해서 조금씩 그냥 생기는 대로 (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돈 걱정 없이’ 노동자들의 온전한 치료를 돕는 병원을 짓기 위한 모금이 한창이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로 구성된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는 2027년 서울 중랑구 면목동 녹색병원 주차장 땅에 ‘전태일의료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건립 비용 190억원 가운데 50억원은 시민들의 ‘전태일 벽돌 기금’으로 마련되는데, 개인은 10만원, 단체는 100만원 이상 기부하면 추진위원으로 전태일의료센터 ‘기부자의 벽’에 이름이 새겨진다. 지난 18일 기준, 7161명의 개인과 단체 138곳이 참여해 목표액 50억원 가운데 17억1207만원(34.2%)가량을 모았다. 기부자 대부분은 ‘무사히 퇴근하는 삶을 바라는 전기기사’, ‘노동자 건강을 위한 보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병원 간호사’ 등 보통 노동자다.
전태일의료센터를 ‘최초의 노동자 전문 병원’으로 이르는 이유는 치료는 물론, 산재 신청 지원부터 생활비 지원에 이르기까지 산재에 맞닥뜨린 노동자가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함께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사회연대기금을 마련해 당장 돈이 급한 노동자의 치료·재활 비용과 생활 비용까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병원은 치료 외에도 생활고 등 복합적인 어려움 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산재로 일을 쉬는 노동자는 ‘소득 공백’을 겪고, 산재 승인 과정도 쉽지 않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업무상 재해 처리 기간은 평균 62.1일에 달했고, 특히 질병 산재를 인정받는 데까진 평균 235.9일이 걸렸다. 산업재해 인정 전까지 노동자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상병수당’도 시범사업에 그치고 있다. 산업재해로 치료를 받은 뒤 원래 직장으로 복귀한 비율도 지난해 39.2%에 그친다. 노동자들이 치료를 망설이고 다친 몸을 이끌고 일터로 향하는 이유다. 특히 최근 급증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경우, 불안정한 일터 특성상 산재는 곧 소득 공백으로 이어져 치료를 한층 어렵게 한다.
건립위원회 대표추진위원인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일자리를 잃을까 봐, (의료비·생계 걱정에) 병이 있어도 산업재해 판정을 받기 전까지 치료를 안 받는 노동자가 우리 사회에 너무 많다”며 “시기를 놓치지 않고 바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전태일의료센터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부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 누리집(taeilhospital.org)이나 전화(02-490-2002)로 확인할 수 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 ↓ 기사 바로 보기 ↓ ↓
[한겨레] 아픈 노동자 ‘돈 걱정 없이’ 갈 수 있는 병원…‘전태일 벽돌’ 칸칸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의료진이 재활치료를 하는 모습. 사진 녹색병원 제공
“돌아가시는 선배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노동자 전문 병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그런 병원이 생긴다고 하니 힘을 보태고 싶었어요.”
탄광 노동자로 16년을 살며 진폐증(폐에 석탄 가루가 쌓여 호흡곤란을 겪는 병)을 얻은 김태순(77)씨는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비용으로 올해부터 두달에 한번 20만원씩을 후원한다. 일하다 병든 몸 앞에서 느끼는 막막함, ‘돈 걱정’에 그마저 제대로 된 치료 없이 떠난 동료들 모습이 아른거린 때문이다. “녹색병원에 약 타러 가서 복도를 살살 걷는데 벽에 전태일 이름이랑 병원을 짓는다는 얘기가 쓰여 있더라고요. 그래 가지고 참 여러 생각도 나고 해서 조금씩 그냥 생기는 대로 (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돈 걱정 없이’ 노동자들의 온전한 치료를 돕는 병원을 짓기 위한 모금이 한창이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로 구성된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는 2027년 서울 중랑구 면목동 녹색병원 주차장 땅에 ‘전태일의료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건립 비용 190억원 가운데 50억원은 시민들의 ‘전태일 벽돌 기금’으로 마련되는데, 개인은 10만원, 단체는 100만원 이상 기부하면 추진위원으로 전태일의료센터 ‘기부자의 벽’에 이름이 새겨진다. 지난 18일 기준, 7161명의 개인과 단체 138곳이 참여해 목표액 50억원 가운데 17억1207만원(34.2%)가량을 모았다. 기부자 대부분은 ‘무사히 퇴근하는 삶을 바라는 전기기사’, ‘노동자 건강을 위한 보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병원 간호사’ 등 보통 노동자다.
전태일의료센터를 ‘최초의 노동자 전문 병원’으로 이르는 이유는 치료는 물론, 산재 신청 지원부터 생활비 지원에 이르기까지 산재에 맞닥뜨린 노동자가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함께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사회연대기금을 마련해 당장 돈이 급한 노동자의 치료·재활 비용과 생활 비용까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병원은 치료 외에도 생활고 등 복합적인 어려움 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산재로 일을 쉬는 노동자는 ‘소득 공백’을 겪고, 산재 승인 과정도 쉽지 않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업무상 재해 처리 기간은 평균 62.1일에 달했고, 특히 질병 산재를 인정받는 데까진 평균 235.9일이 걸렸다. 산업재해 인정 전까지 노동자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상병수당’도 시범사업에 그치고 있다. 산업재해로 치료를 받은 뒤 원래 직장으로 복귀한 비율도 지난해 39.2%에 그친다. 노동자들이 치료를 망설이고 다친 몸을 이끌고 일터로 향하는 이유다. 특히 최근 급증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경우, 불안정한 일터 특성상 산재는 곧 소득 공백으로 이어져 치료를 한층 어렵게 한다.
건립위원회 대표추진위원인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일자리를 잃을까 봐, (의료비·생계 걱정에) 병이 있어도 산업재해 판정을 받기 전까지 치료를 안 받는 노동자가 우리 사회에 너무 많다”며 “시기를 놓치지 않고 바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전태일의료센터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부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 누리집(taeilhospital.org)이나 전화(02-490-2002)로 확인할 수 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 ↓ 기사 바로 보기 ↓ ↓
[한겨레] 아픈 노동자 ‘돈 걱정 없이’ 갈 수 있는 병원…‘전태일 벽돌’ 칸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