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집에, 바닥 깔아주고 떠난 '마루 노동자' 체험기
시급·일당 아닌 '1평당 얼마'씩 벌어…콘크리트 먼지 속, 무릎 부서지며 하루 13~14시간 중노동
"자식들이 아빠 일하는 모습 알고 울어, 하루 8시간 일하며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고운 콘크리트 가루가 온몸을 덮쳐왔다. 기계가 바닥을 평평히 갈 때마다 뿌연 모래 폭풍이 이는 듯했다. 마루를 까는데 방독면이 필요하단 말을 비로소 이해했다. 쓰고 있던 KF99(미세먼지 99% 차단) 마스크가 뚫린 게 분명했다. 콧물이 줄줄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어느 아파트 현장에선 소방차가 3번이나 왔다니까요. 밖에서 보고 불난 줄 알고 신고한 거예요. 이 먼지 때문에."
12년 넘게 마루를 깔아 왔다는 임승철씨(53)가 작업 전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엄청난 굉음과 쉴 새 없이 움직이던 무시무시한 기계의 칼날. 그는 아랑곳 않고 쪼그린 자세로 거침없이 옆으로 나아갔다. 남의 집 바닥을 그리 열심히 갈았다. 곱고도 평평하게. 마루를 깔기 좋게.
33평 집을 돌고 나니 머리도 옷도 안경도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다. 만져 보니 콘크리트 가루가 덕지덕지 엉겨 굳어 있었다. '마루 노동'이라 해서 마루만 딱딱 맞춰 깔면 되는 줄 알았더니 웬걸.
첫눈이 폭설처럼 내리던 새벽. 6시 반에 도착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그중 맡은 건 우리가 딛는 바닥, 마루를 까는 작업. 장장 4시간째 이 지경이 되도록 일하고 있었다. 기침을 콜록콜록하던 내게, 승철씨가 건넨 말이 기막혔다.
"지금까지 일한 건 공짜예요. 아직 0원 번 거예요."
...(중략)...
무릎 수술하고도 20일 만에 나왔다, '생계' 때문에

점심을 때우다시피 했다. 컵라면을 코에 박고 먹었다. 살면서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는 편에 속했다. 다 먹고 나니 콘크리트 먼지에 갇힌 상태란 걸 알았다. 얼마나 많이 마셨을까.
승철씨는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저녁에 아예 한 끼만 먹는다고 했다. 시간을 늘 염두에 두고, 치열하게 마루를 붙여야 사는 '평떼기'의 고단함이 그랬다.
늦은 오후로 넘어갔다. 33평을 하는데, 하루 14시간씩 해도 '하루 반나절'은 걸린다고 했다. 시급으로 따지니,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낮은 듯했다. 그에 비해 몸이 느끼는 피로감은 극심했다. 특히 무릎과 허리가 비명을 질렀다. 계속 쪼그리고 앉아서 해야 해서.
승철씨도 무릎 수술을 한 번 했단다. 녹색병원에서 무상으로 받았다. 허리 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환이 거의 다 있다고.

녹색병원에서 조사한 결과, 96%가 근골격계 질환을 다 앓고 있었다. 현장에서 아이고, 아이고를 가장 많이 하는 건 마루공이라며. 진통제를 가루로 가지고 다니며, 너무 아플 땐 먹는다고 했다. 아플 때도 걱정하는 게 이런 거였다.
"생계 때문에 마음이 급한 거야. 수술하고 20일 만에 나왔어요. 어떡해요, 생활이 돼야 하니까. 근데 다리가 이렇게 부은 거예요. 그래서 두 달을 더 쉬었지요. 집에선 그동안 생계가 안 되니 고달팠지요."
콘크리트 먼지 등에 노출된 탓에 폐 질환도 많단다. 마루노조 조합원 중 한 명은 폐암 4기로 투병하고 있단다. 그를 보고, 심각히 여긴 녹색병원에서 조합원들 폐 CT를 무료로 다 찍어줬다고. 오죽할까. 방독면이 써야 하는 일. 기계를 돌릴 때면 다른 현장 노동자들이 기겁하고 도망간단, 마루를 까는 일.
"하루 8시간만, 사람답게 일하고 싶어요"
그뿐이 아녔다. 마루를 자르다가 손가락이 날아가는 경우도 부지기수. 화장실이 적고 멀고 열악해 제대로 쓸 수도 없는 상황에. 여름에 비 올 때, 습할까 봐 창문을 다 닫고 33~35도 찜통에서 마루를 두드려 붙이는 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 3.3% 사업 소득세를 내는 프리랜서로 만들어 놓아서다. 노동법과 4대 보험 의무를 지지 않으려는, 건설 회사와 마루 회사의 회피로 인해. 여기에 많게는 5단계까지 죽 내려오며 떼어 먹고 또 떼어 먹는 불법 하도급 구조로 인해.
최우영 마루노조 지부장이 지난 8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회의에서 이리 말했다.
"회사가 마루공을 입맛대로 병행합니다. 비용 지출, 세금에 대해 경비 처리를 할 땐 일용근로소득으로 신고하고요. 굳이 근로자로 안 만들어도 세금 공제가 됐다 싶으면, 가짜 3.3 노동자(사업 소득세 3.3%를 내는 프리랜서)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래서 마루공을 유령 노동자라 말하는 겁니다."
이름조차 없었던 '마루 노동자'들에게 처음으로, 명명할 직종이 생기게 됐다. 내년부터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하는 임금 실태 조사 직종에 '플로어링 마루시공공'이 포함되게 된 거다.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적정 임금을 책정할 수 있게 됐다.
꼬박 하루를 일하고 집에 돌아오니 마루가 다시 보였다. 이 바닥을 딛지 않고 사는 이가 있을까. 우리가 집에 들어오기 한참 전에, 무릎과 허리로 다니며 다 깔아준 이들. 유령처럼 왔다가 유령처럼 인정받지 못하고 떠났던 이들이 있었다.

집에 와 끙끙 앓듯 후유증이 3일 넘게 간 뒤, 문득 한 장면이 뇌리에 박혀 떠나질 않았다. 마루를 다 깐 뒤 승철씨에게 했던 질문이 이랬다.
"마루를 다 까시고 나면 기분이 좀 어떠세요?"(기자)
보람 같은 걸 조금은 기대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이리 아팠다.
"아, 이제 또 다른 집 시작이구나. 먼지 때문에 난리 나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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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하루 8시간만 일하고 싶어"…'유령노동자'의 소원[남기자의 체헐리즘]
고운 콘크리트 가루가 온몸을 덮쳐왔다. 기계가 바닥을 평평히 갈 때마다 뿌연 모래 폭풍이 이는 듯했다. 마루를 까는데 방독면이 필요하단 말을 비로소 이해했다. 쓰고 있던 KF99(미세먼지 99% 차단) 마스크가 뚫린 게 분명했다. 콧물이 줄줄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어느 아파트 현장에선 소방차가 3번이나 왔다니까요. 밖에서 보고 불난 줄 알고 신고한 거예요. 이 먼지 때문에."
12년 넘게 마루를 깔아 왔다는 임승철씨(53)가 작업 전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엄청난 굉음과 쉴 새 없이 움직이던 무시무시한 기계의 칼날. 그는 아랑곳 않고 쪼그린 자세로 거침없이 옆으로 나아갔다. 남의 집 바닥을 그리 열심히 갈았다. 곱고도 평평하게. 마루를 깔기 좋게.
33평 집을 돌고 나니 머리도 옷도 안경도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다. 만져 보니 콘크리트 가루가 덕지덕지 엉겨 굳어 있었다. '마루 노동'이라 해서 마루만 딱딱 맞춰 깔면 되는 줄 알았더니 웬걸.
첫눈이 폭설처럼 내리던 새벽. 6시 반에 도착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그중 맡은 건 우리가 딛는 바닥, 마루를 까는 작업. 장장 4시간째 이 지경이 되도록 일하고 있었다. 기침을 콜록콜록하던 내게, 승철씨가 건넨 말이 기막혔다.
"지금까지 일한 건 공짜예요. 아직 0원 번 거예요."
...(중략)...
점심을 때우다시피 했다. 컵라면을 코에 박고 먹었다. 살면서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는 편에 속했다. 다 먹고 나니 콘크리트 먼지에 갇힌 상태란 걸 알았다. 얼마나 많이 마셨을까.
승철씨는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저녁에 아예 한 끼만 먹는다고 했다. 시간을 늘 염두에 두고, 치열하게 마루를 붙여야 사는 '평떼기'의 고단함이 그랬다.
늦은 오후로 넘어갔다. 33평을 하는데, 하루 14시간씩 해도 '하루 반나절'은 걸린다고 했다. 시급으로 따지니,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낮은 듯했다. 그에 비해 몸이 느끼는 피로감은 극심했다. 특히 무릎과 허리가 비명을 질렀다. 계속 쪼그리고 앉아서 해야 해서.
승철씨도 무릎 수술을 한 번 했단다. 녹색병원에서 무상으로 받았다. 허리 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환이 거의 다 있다고.
녹색병원에서 조사한 결과, 96%가 근골격계 질환을 다 앓고 있었다. 현장에서 아이고, 아이고를 가장 많이 하는 건 마루공이라며. 진통제를 가루로 가지고 다니며, 너무 아플 땐 먹는다고 했다. 아플 때도 걱정하는 게 이런 거였다.
"생계 때문에 마음이 급한 거야. 수술하고 20일 만에 나왔어요. 어떡해요, 생활이 돼야 하니까. 근데 다리가 이렇게 부은 거예요. 그래서 두 달을 더 쉬었지요. 집에선 그동안 생계가 안 되니 고달팠지요."
콘크리트 먼지 등에 노출된 탓에 폐 질환도 많단다. 마루노조 조합원 중 한 명은 폐암 4기로 투병하고 있단다. 그를 보고, 심각히 여긴 녹색병원에서 조합원들 폐 CT를 무료로 다 찍어줬다고. 오죽할까. 방독면이 써야 하는 일. 기계를 돌릴 때면 다른 현장 노동자들이 기겁하고 도망간단, 마루를 까는 일.
"회사가 마루공을 입맛대로 병행합니다. 비용 지출, 세금에 대해 경비 처리를 할 땐 일용근로소득으로 신고하고요. 굳이 근로자로 안 만들어도 세금 공제가 됐다 싶으면, 가짜 3.3 노동자(사업 소득세 3.3%를 내는 프리랜서)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래서 마루공을 유령 노동자라 말하는 겁니다."
이름조차 없었던 '마루 노동자'들에게 처음으로, 명명할 직종이 생기게 됐다. 내년부터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하는 임금 실태 조사 직종에 '플로어링 마루시공공'이 포함되게 된 거다.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적정 임금을 책정할 수 있게 됐다.
꼬박 하루를 일하고 집에 돌아오니 마루가 다시 보였다. 이 바닥을 딛지 않고 사는 이가 있을까. 우리가 집에 들어오기 한참 전에, 무릎과 허리로 다니며 다 깔아준 이들. 유령처럼 왔다가 유령처럼 인정받지 못하고 떠났던 이들이 있었다.
집에 와 끙끙 앓듯 후유증이 3일 넘게 간 뒤, 문득 한 장면이 뇌리에 박혀 떠나질 않았다. 마루를 다 깐 뒤 승철씨에게 했던 질문이 이랬다.
"마루를 다 까시고 나면 기분이 좀 어떠세요?"(기자)
보람 같은 걸 조금은 기대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이리 아팠다.
"아, 이제 또 다른 집 시작이구나. 먼지 때문에 난리 나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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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하루 8시간만 일하고 싶어"…'유령노동자'의 소원[남기자의 체헐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