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립위원회 소식][매일노동뉴스] 와이드 인터뷰-임상혁 녹색병원장 “탄핵광장이 지은 전태일의료센터 ‘연대의 병원’ 될 것”

202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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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국면 당시 광장의 시민들은 차가운 겨울을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버텼다. 누군가는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밥값과 커피값을 선결제했고 누군가는 이름 모를 이에게 핫팩을 건넸다. 그 마음은 남태령 투쟁 이후 노동자 병원인 전태일의료센터 후원으로 번졌다. 나흘 동안 10억원이 모였고 현재 누적 후원액은 59억원에 이른다. 1만원, 2만원의 소액 후원이 줄을 이었고 소액 후원자 상당수는 20·30대 여성이었다. 노조의 후원도 줄을 이었다.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을 이끈 (62·사진) 녹색병원장은 “연대의 정신이 남태령을 거쳐 아파도 치료받지 못하는 노동자에게 닿았다”고 말했다. 그는 후원 메시지에 남겨진 “우리 아버지도 산재 환자였다” “내 첫 월급이다” “아르바이트비에서 보탠다”는 문장들을 기억한다고 했다. 임 원장은 “윤석열 탄핵 광장에서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렸고, 시민들은 그 목소리를 들었다”며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노동자에게 마음을 보낸 것도 같은 흐름”이라고 했다.

전태일의료센터는 일하다 다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위해 건립되는 공익형 민간병원이다. 전태일의료센터는 아픈 노동자를 치료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취약계층 노동자의 병원비를 지원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재활을 돕고, 병들기 전 위험을 줄이는 예방 활동까지를 병원의 역할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임 원장은 이를 “전태일 정신의 실현”이라고 설명했다. 전태일의료센터는 대지면적 430평의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주차장터에 지하 3층, 지상 5층 건물로 2028년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 20일 녹색병원에서 임 원장을 만나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의미와 취약계층 노동자 건강권, 30년 넘게 노동자 곁에서 공공의료의 길을 걸어온 이유를 들었다.



남태령의 연대, 노동자에게 닿다

- 지난 윤석열 탄핵 국면 당시 전태일의료센터 후원이 크게 늘었다. 특히 20·30대 여성의 참여가 두드러졌는데, 이들이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에 응답한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남태령 투쟁이 있었던 2024년 12월22일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날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의 후원 서버가 다운됐다. 동시접속자수를 두 배로 늘려도 또 다운됐다. 1만원, 2만원 소액 기부자 수백 명이 몰렸다. 후원자들이 후원하면서 한마디씩 남겼는데 따뜻한 말들이 많았다. ‘우리 아버지도 산재 환자였다’ ‘내 첫 월급이다’ ‘아르바이트비에서 소액을 보탠다’ 이런 이야기들이었다.
이번 윤석열 탄핵 집회는 이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연대’다. 선결제라는 문화도 생기지 않았는가. 박근혜 탄핵 국면 때는 없었다. 내가 미리 결제해 놓을 테니 다른 사람들이 가서 먹으라는 의미 아닌가. 서로가 서로를 생각해 주는 연대의 정신이다. 그런 연대의 정신이 남태령을 거쳐 전태일의료센터 후원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 ‘빛의 혁명’과 아파도 치료받지 못하는 노동자 문제는 어떻게 이어지는가.
“이번 탄핵 집회 현장에서 발언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치인이 아니라 대부분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었다. 성소수자와 농민, 비정규 노동자, 학생, 장애인 등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렸다. 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도 결국 연대였다. 기존의 사회 질서와 논리 속에서 연대 정신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향한 것도 그런 흐름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전태일의료센터에서 선결제 방식의 ‘일, 낸다’ 후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어떤 방식의 연대인가.
“취약계층 노동자의 병원비를 선결제하는 방식이다. 4인 병실 본인 하루 부담금이 2만1천원이다. 누군가 이 돈을 미리 결제하면 노동자 한 명이 하루 동안 병실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1천500여일이 선결제됐다.
‘일, 낸다’라는 이름에도 의미가 있다. 우리의 노동은 서로 연결돼 있다. 내가 하는 일도 다른 사람의 노동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우리 사회가 굴러간다. 그래서 내 하루 급여의 일부를 아픈 노동자의 치료비로 먼저 내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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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일의료센터 건축 설계공모 당선작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추진위원회>

 

배고픈 여공에게 풀빵 나눠준 전태일처럼
연대의 병원을 꿈꾸는 전태일의료센터

- 전태일의료센터를 짓는 이유는 무엇인가
“녹색병원이 취약 노동자를 치료하는 공익적 활동을 많이 해왔다. 하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우리 사회의 많은 노동자들이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이 있지만 제도 바깥에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치료비가 무서워 치료를 미루고 결국 일을 못할 정도로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그래서 취약계층 노동자를 전담하는 의료센터가 필요했다. 치료를 지원하고, 다시 일터에 돌아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다치거나 아프지 않게 예방 활동을 하는 병원이 전태일의료센터다.”

-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전태일 이름을 쓰려고 주변에 물어보니 전태일에 대한 이미지는 과격하고 투쟁적인 그런 이미지였다. 그래서 병원 이름에 쓰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전태일 정신은 그런 게 아니지 않나. 전태일은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어린 여공을 위해 차비를 털어 풀빵을 사주고 동대문에서 쌍문동까지 먼 거리를 걸어 집에 가곤 했다. 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자기 몸을 불살랐다. 이런 의미를 알고 나니 다들 신의 한 수라고 말하더라. 전태일의료센터를 통해 전태일의 연대 정신이 더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 현재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은 애초 계획보다 늦어졌다. 현재 어디까지 진행됐고, 난관은 무엇이었나.
“당초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했는데, 1년 반 정도 늦춰졌다. 건물을 지으려면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그런데 전태일의료센터는 녹색병원 주차장 부지에 건설할 계획이었다. 당장 주차공간이 없으니 허가가 나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년 내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여러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다른 곳의 대체 주차장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 전태일의료센터는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나.
“전태일의료센터는 기존 병원과는 다른 공간이 됐으면 한다. 설계사무소에 준 목표도 전태일 정신이 구현되는 공간이었다. 병원이라고 하면 보통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1층 전체를 커뮤니티 공간처럼 구상하고 있다. 노동자와 지역주민이 쉽게 들어와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전태일을 알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기부자들의 이름도 공간 안에 잘 남기려고 한다. 이 병원은 한두 사람이 만든 병원이 아니라 시민과 노동자가 함께 세우는 병원이다. 전태일의료센터는 치료받으러만 오는 곳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노동자들 여전
녹색병원, 의료비 지원으로 복귀율 73%

- 녹색병원은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금융산업공익재단과 함께 2021년부터 취약계층 노동자 의료비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총 1천372명의 취약계층을 도왔다(2025년 8월 기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을 확대해 45명을 지원했다. 성과가 컸다. 지원 이전에는 소득의 67%를 의료비로 지출하며 생존 자체가 위협받던 상황이 지원 이후에는 3.9% 수준으로 감소하며 일상이 정상화됐다. 또 원래 일하던 일터로 복귀하는 비율도 높았다. 산재보험 평균이 약 45%인데 녹색병원 수혜자의 73%가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본래 일터로 복귀했다. 한 사람의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낸 결과다.”

- 이들이 병원을 찾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녹색병원장으로 있으면서 우리나라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한지 절감한다. 돈이 있어도 병원에 못 가는 사람들이 있다. 배달라이더와 택배노동자가 대표적이다. 쿠팡에서 일하다가 돌아가신 분이 있다. 하루도 쉴 수가 없어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었다. 쉬면 일거리가 끊긴다.
돈이 없어서 못 오는 저임금 노동자도 여전히 많다. 녹색병원이 있는 중랑구에는 봉제노동자들이 많다. 대부분 60대 여성 고령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사업소득세 3.3%를 떼는 프리랜서로 분류된다. 밤 9시까지 잔업을 해야 겨우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다. 이런 이른바 ‘가짜 3.3%’ 노동자가 우리 사회에 870만명이나 있다.
우리나라가 건강보험 체계가 잘 돼 있는 편이지만,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다. 병원들은 영리화되고 실손보험 중심으로 의료 이용 구조가 바뀌면서 민간보험이 없으면 치료받기 어려운 상황도 생겼다. 정말 어렵고 힘든 노동자는 일을 못 하게 될 정도로 병이 악화돼서야 병원을 찾는다.”

-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30년간 목욕탕 세신사로 일하시던 분이 떠오른다. 내원 전부터 안면마비 증상이 있었다. 처음엔 별일 아니라 생각하고 병원 진료를 보지 않았는데 일을 못할 정도가 돼서야 평소 연락하지 않던 여동생에게 긴급하게 연락해 녹색병원에 내원했다. 신경과 진료 후 뇌경색 진단이 나왔고 입원 치료를 권유했으나 병원비 걱정으로 입원을 거부했다. 세신사는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계약 형태로 일하는 특수고용직이기에 산재신청도 할 수 없었다. 의료지원사업과 연계해 의료비 지원을 할 테니 안심하고 입원 치료를 받으라고 설득했다. 잘 치료받아 지금은 다시 건강하게 일하고 있다.”

- 녹색병원은 예방 활동도 하고 있다.
“치료만큼 예방도 중요하다. 중랑구에는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다. 우리는 이분들을 ‘자원재생 어르신’이라고 부르자고 했다. 폐지를 수집하는 일은 자원순환과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는 노동이다. 그런데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다니니 허리와 무릎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위험한 도로에서 사고 위험도 크다.
그래서 기존 리어카보다 가볍고 밀고 끌 때 신체의 부담을 줄이도록 설계된 ‘이어카’를 만들어 50대를 보급했다. 또 시민들이 폐지를 배출할 때 줄로 잘 묶어 버리도록 하는 ‘이어줄’ 캠페인도 했다. 어르신들이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폐지를 옮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병원이 할 일은 아픈 뒤에 치료하는 것만이 아니다. 왜 아프게 되는지 보고, 아프지 않게 만드는 데까지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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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공익형 민간병원을 위해

- 공익형 민간병원의 지속가능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나.
“결국 노동자와 시민사회가 함께해야 한다. ‘일, 낸다’ 같은 후원으로 매년 3억~4억원 정도가 모이면 취약계층 노동자 의료지원에 실질적인 힘이 된다. 전태일의료센터 운영이 어렵다면 시민사회가 다시 모금운동을 할 수도 있다. 사회적 부조와 연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요즘 노동운동에서도 평등과 연대라는 말이 약해진 것 같다. 그런데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연대를 더 잘한다. 병원에 후원하는 사람들을 보면 넉넉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30대 청년들이 큰돈이 있어서 후원한 것도 아니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 경쟁에 익숙한 세대가 광장에서 연대와 함께함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감동했다.”

- 녹색병원과 전태일의료센터를 통해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병원은 어떤 모습인가.
“전태일 정신이 실현되는 모습이다. 우리 사회의 약자, 힘든 사람들과 연대하고 돕고 격려하고 위로하는 공동체적 병원을 꿈꾼다. 시민사회가 운영하고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병원, 지역주민이 편하게 드나드는 병원, 아픈 노동자가 돈 걱정 없이 치료받고 다시 일터와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병원이다.
전태일의료센터를 짓는 데 19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더 많이 함께해 줬으면 좋겠다. 전태일의료센터가 빨리 건립돼 더 많은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병원은 전태일이라는 이름처럼, 자기보다 더 약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연대의 병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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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와이드 인터뷰-임상혁 녹색병원장 

“탄핵광장이 지은 전태일의료센터 ‘연대의 병원’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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