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이야기]전태일의료센터에 바란다 - 유퀴즈 222회 ‘뚝심’ 특집에 출연한 김록호 자기님 인터뷰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맨 처음 원진녹색병원이 생겼을 때 원장을 했고, 원진재단 부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소장을 역임한 김록호입니다. 원 진직업병이 세상에 처음 알려졌을 때 의사로서 원진환자들과 함께하며 의학적 증인 역할을 했었습니다. 그 뒤로 20년간 세계보 건기구(WHO)에서 직업환경보건 전문가로 일을 하다 작년 말경 은퇴했습니다.


사회연대병원으로서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원진투쟁에 세 단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첫 단계는 직업병을 인정받는 단계죠. 처음엔 직업병조차도 인정이 안 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어떻게 본다면 녹색병원이 생기기 전까지가 1단계였겠죠. 그리고 1단계의 성과로 2단계에 들어왔어요. 원진직업병 환자들에 대한 직업병 인정이나 보상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비슷한 조건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국의 노동자들은 어떻게 할 거냐는 거죠. 녹색병원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이런 분들에 대한 책임, 소명 의식을 가지고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까지 2단계도 충실히 밟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직업병 문제는 계속 더 발생하고 있어요. 제대로 인정을 받거나 예방이 되고 보상받는 시대가 아직 안 온 것 같습니다. 직업병이나 산재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아주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확장해 구축하는 작업이 3단계입니다. 저는 이것이 전태일의료센터를 만드는 일이라 생각해요. 이는 전 세계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공동선이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이 있겠지만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믿습니다.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녹색병원과 전태일의료센터는 아마도 전 세계 유례없는 직업병환자들의 투쟁으로 확보된 보상금과 노동·시민사회·보건의료계가 함께 자력으로 의료기관을 만들어 운영하는 모델입니다. 그래서 저는 스케일을 좀 더 크게, 인류애적 관점에서 고민했으면 해요. 우리나라의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도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는 국제적인 역할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직업병이 생기면 그 환자를 진단하고 보상받는 운동을 우리가 언제까지 해야 할까요. 애당초 직업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맞겠지요. 저는 WHO에서 일하면서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서 그것이 실제로 성취 가능하다는 것을 보고 왔거든요. 우리나라는 말로는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세계에서 최악의 산재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어요.

우리 사회는 아직 ‘예방’이나 ‘안전보건’보다는 병이 난 다음에야 치료하는 ‘의료’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산재·직업병 예방을 위한 정책적인 개선, 사회적인 운동은 물론 전 사회적인 교육을 통한 가치관의 변화까지 함께 고민했으 면 합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때부터 ‘노동’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이 얼마나 우리나라에, 그리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중요한지를 알게 했으면 좋겠어요.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추진이 이제 걸음마 단계입니다만, 앞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겁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줄기차게 앞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어디에 있든, 저도 늘 응원하겠습니다. 

전태일의료센터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