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일하던 평택항 부두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다 컨테이너에 깔려 사망한 이선호씨의 어머니는 사고당일 선호씨가 좋아하는 시금치 나물을 무쳐 놓고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휴대전화에 저장한 아들의 이름은 ‘삶의 희망’이었습니다.
용균씨가 가장 좋아했던 어머니의 음식은 갈비찜입니다. 김용균씨의 1주기 추도식에서 어머니는 정성스레 준비한 갈비찜을 참가자들과 나눠먹었습니다.
혜화동성당 종탑 위에서 202일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온 전국학습지노조 오수영 재능교육지부장이 가장 먹고 싶었던 건 집에서 한 김치찌개, 된장찌개 였습니다.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 위에서 426일을 보낸 박준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사무장은 평소엔 잘 먹지도 않던 떡볶이와 피자, 햄버거가 유독 먹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점심을 굶으며 일하는 어린 노동자에게 주고 밤 새워 걸어 다니며 아낀 차비로 그들에게 풀빵을 사주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 한 말은 배고프다였습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닌 다음에 나아게도 일어날 수 있는 나의 이야기이자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야기
배고픈 그들이 먹고 싶어했던 평범한 음식처럼 그들이 그토록 바랬던 것은 평범한 일상이었을 것입니다. 죽지도 다치지도 않고 안전하게 일을 마치고 퇴근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혹은 혼자서라도 편하게 먹는 맛있는 저녁식사가 주는 위로와 충만함을 원했던 우리 주변의 나와 비슷한 사람들입니다.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저녁밥이 전태일의료센터가 회복시키고 싶은 핵심 가치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