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일

시사IN, 은유 작가


르포 작가 은유씨가 한 달에 한 번,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먹고사는 일’의 고단함과 위대함을 길어내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시사IN〉은 이들의 목소리를 함께 듣고 널리 알려, 일하는 사람들이 덜 죽고 덜 다치는 세상을 만드는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의 마중물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시사IN〉이 녹색병원과 함께 [먹고사는일] 연재를 시작합니다. 먹고사는 이야기는 음식 이야기인 동시에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일 하다 다치거나 아픈 사람들이 인터뷰 대상이고 그들이 먹는 음식이 기사의 주요 소재입니다. 

우리는 일하러 가기 전 힘내라고 먹고, 일 끝내고 수고했다고 먹습니다. 먹는사는일은 삶 자체입니다 . ‘먹고사는 일’ 연재는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캠페인(taeilhospital.org)의 일환입니다. 전태일 열사가 가장 마지막에 한 말이 “배고프다”였습니다

아버지가 일하던 평택항 부두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다 컨테이너에 깔려 사망한 이선호씨의 어머니는 사고당일  선호씨가 좋아하는 시금치 나물을 무쳐 놓고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휴대전화에 저장한 아들의 이름은 ‘삶의 희망’이었습니다.

용균씨가 가장 좋아했던 어머니의 음식은 갈비찜입니다. 김용균씨의 1주기 추도식에서 어머니는 정성스레 준비한 갈비찜을 참가자들과 나눠먹었습니다.

혜화동성당 종탑 위에서 202일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온 전국학습지노조 오수영 재능교육지부장이 가장 먹고 싶었던 건 집에서 한 김치찌개, 된장찌개 였습니다.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 위에서 426일을 보낸 박준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사무장은 평소엔 잘 먹지도 않던 떡볶이와 피자, 햄버거가 유독 먹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점심을 굶으며 일하는 어린 노동자에게 주고 밤 새워 걸어 다니며 아낀 차비로 그들에게 풀빵을 사주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 한 말은 배고프다였습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닌 다음에 나아게도 일어날 수 있는 나의 이야기이자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야기


배고픈 그들이 먹고 싶어했던 평범한 음식처럼 그들이 그토록 바랬던 것은 평범한 일상이었을 것입니다. 죽지도 다치지도 않고 안전하게 일을 마치고 퇴근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혹은 혼자서라도 편하게 먹는 맛있는 저녁식사가 주는 위로와 충만함을 원했던 우리 주변의 나와 비슷한 사람들입니다.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저녁밥이 전태일의료센터가 회복시키고 싶은 핵심 가치이기도 합니다.


산재 사망 전 남편의 마지막 식사 ‘김치김밥’을 말다

은유(작가), 시사IN 881호

김영희씨(60)는 부산 사투리의 활달한 어조로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다가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도 재빠른 손놀림으로 참외 서너 개를 깎아서는 접시에 뚝딱 담아낸다. 단물이 밴 참외를 포크로 찍어서 취재진의 입 가까이 ....


매일 1700인분 밥을 짓는 혁명가

은유(작가), 시사IN 887호

모든 사람들은 명예심을 가지고 있었다. 엄청난 양의 일이 몰려들 때마다 모두가 이를 해내기 위해 장대한 협주곡을 연주하는 노력으로 임했다. 모든 사람이 잘 짜인....


미정

은유(작가), 미정

미정